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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깊은 영성은 어두운 밤을 지나면서 형성된다 - 김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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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805회 작성일 08-04-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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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영성은 어두운 밤을 지나면서 형성된다
- 목회자들이여, 내면의 중심으로 들어가라 -

선지동산 45호 게재 / 목회리더쉽과 영성(11) / 김순성 교수




열심있는 기도생활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영적 메마름과 공허함을 느낀 적이 없는가?
이전에 경험했던 기도의 즐거움이 사라지면서 마음의 혼란을 경험한 적이 없는가?
그로 인해 걱정과 조바심으로 번민한 적이 없는가?

목회자와 평신도를 막론하고 신자의 삶의 최상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과 자신이 하나되는 것이다. 우리의 전인격이 그리스도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이것을 가리켜 “신비한 연합”이라고 했고, 사도 바울은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그것을 간절히 사모하며 추구했다(빌3:7-14). 그의 모든 사역도 삶도 궁극적으로는 이 한 가지 목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유익했던 이런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장해물로 여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장해물로 생각됩니다. 나에게는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려는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그것을 이미 붙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전존재(마음, 뜻, 소원, 비전)가 주님(마음, 뜻, 소원, 비전)과 하나가 될 것인가? 깊은 영성이란 다름 아닌 주님과의 이 신비한 연합을 보다 깊게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전인격, 전 사역, 전 생애 속에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목회자란 누구보다도 주님과 하나됨을 깊이 경험한 자라야 하며, 목회란 성도들에게 이 깊은 영성에 이르도록 가르치고 훈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신비한 연합이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가? 본질적으로 어두움인 인간이 빛이신 하나님을 어떻게 인식하며, 온갖 이기심, 탐욕, 거짓, 불의와 부정으로 더럽혀진 우리가 거룩하신 하나님과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하나님께 속한 신령한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영적 감각을 통해서이다. 그 감각을 통해 신자는 하나님의 사랑을 머리로 인식하고 영에 속한 것들을 가슴으로 느끼며 맛보고 즐거워한다. 처음 신앙에 입문하게 되면 누구나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맛보게 되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거듭난 심령에 하늘의 평안과 기쁨을 지각할 수 있는 영적 감각을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감각이 완전하지 않고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영에 속한 것들에 대한 인간의 감각적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고 부패성과 이기심의 때가 묻어 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엄마 품에서 나오는 달콤한 젖을 통해서다. 마찬가지로 신앙의 세계도 구도의 초기에는 하나님께서 일마다 때마다 달고 맛난 영의 젖으로 당신의 사랑을 느끼게 하고 영적생활에 재미와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엄밀히 말해서 이 단계에서는 하나님 자신보다는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맛 때문에 영적인 일을 좋아하게 된다. 그 달콤한 맛 때문에 기도에 열심을 내고 교회봉사와 사역에 충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열심과 충성 때문에 심령 속에 자만과 교만의 영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 충성과 열심이 도리어 교회 안에 문제를 가져온다. 목회사역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역자들이 하나님 자신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역의 열매를 더 사랑하고 그것에 집착하고 있는가? 그 때문에 위로받고 그 때문에 기도하고 열심내면서 스스로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있는가? 스스로 속지 말아야 한다. 이기심, 탐욕, 교만으로 얼룩진 불완전한 영적 감각에 기초한 하나님 사랑, 열심과 충성은 하나님 앞에는 어두움에 지나지 않는다. 어둠을 둘러쓴 영혼이 먼저 이 어둠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티없이 맑은 하나님의 빛을 받아들일 수 없다. 빛과 어두움은 서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때묻고 불순물이 끼여 있는 영적감각을 정화시키기 위해 하나님은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하게 하신다. 이 어두움은 죄로부터 오는 어두움이 아니다. 우리 영혼을 깨끗케 하고 강하게 하며 더 밝은 빛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님이 친히 주도하시는 ‘찬란한 어두움’이다. 어두운 밤은 우리 영혼이 메마름과 황량함을 경험하는 때이다. 지금까지 나를 기쁘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던 모든 감각적인 즐거움은 사라진다. 달콤한 젖에만 의지하여 엄마의 사랑을 느끼려는 갓난아이를 품에서 내려놓고 제 발로 걷게 하듯, 하나님은 그를 찾는데 있어 감각에 의존했던 자리에서 우리를 나오게 하신다. 어두운 밤은 내 뜻, 내 생각이 전혀 통하지 않는 실패의 밤이요,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고통의 밤이다. 이 밤에 하나님은 모든 위로, 심지어 이해까지도 박탈해 가신다. 하나님께서 더 이상 나의 기도를 돕지 않는 것 같고 시간만 낭비할 뿐 영적으로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밤은 내 영혼의 무게중심이 나 자신에게서 하나님에게로 옮겨지는 은총의 밤이요, 내 영이 순수함과 정결에 이르는 축복의 밤이다. 이 메마른 밤에 하나님의 빛에 조명된 나의 벌거벗은 영적 실상을 보게 되며, 맑은 영으로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알게 된다. <주여, 나를 알게 하소서. 내가 당신을 알리이다>라고 고백했던 어거스틴처럼 올바른 자아인식과 함께 참된 하나님 인식이 이 밤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입술로는 하나님 사랑을 노래했지만 실은 자기 입맛에 만족하며 그 맛에 집착해 왔던 거짓된 자아 그리고 하나님의 빛 앞에서 스스로의 무능과 비참을 비로소 보게 된다. 여기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겸손의 덕이 시작되며 참된 이웃사랑이 시작된다. 인간의 개념, 사색, 추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영으로 하나님을 바로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와 태도로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과해야 하는가?
1. 무엇보다도 큰 행복으로 여기며 감사하라.
하나님은 우리를 더 깊은 영성으로 인도하기 위해 영적 메마름과 어두운 밤을 통과하게 하신다. 당신이 지금 어두운 밤을 통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깊은 영성의 관문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결코 자포자기 하거나 낙심하지 말고 마음 깊이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
2. 실패를 각오하고 수용하라.
마음이 계속 혼란과 의심으로 가득차고 기도가 잘 되지 않더라도 기도를 멈추어서는 안 된다. 내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실패의 밤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당신을 더욱 가까이 다가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패를 두려워 말고, 현재 모습 그대로를 겸손히 받아들이라.  
3. 내면의 깊은 중심으로 들어가라.
지금까지 당신은 외적이고 피상적인 영적생활을 해오지 않았는가? 메마르고 어두운 밤은 당신의 내면 깊은 곳에 거하시는 하나님이 당신을 향해 그 중심으로 뛰어 들어오라고 부르시는 은혜로운 손짓임을 기억하라. 그 동안 우선순위에 두었던 외적 활동들을 내려놓고 주님의 품 안에 안겨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하라.  
4. 믿음으로 인내하라.
지금 당신이 어떤 어려움과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당신이 하나님 앞에 있고 또한 그분의 임재 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마음에 평안을 유지하고 주님 앞에 머물되 끝까지 인내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깊은 기도와 영성에 이르려는 열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5.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고 기다리라.
당신의 모든 생각을 한 곳으로 모으고 하나님의 얼굴을 고요히 바라보라. 복음송 <괴로울 때 주님의 얼굴보라>를 불러보라. 그리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라. 때가 이르면 메마른 기도의 나무에 새싹이 돋고 잎이 피고 열매를 수확하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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