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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시편은 기도와 영성의 보고(寶庫)이다 - 김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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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156회 작성일 09-07-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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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은 기도와 영성의 보고(寶庫)이다.
- 목회자들이여, 시편기도를 훈련하라 -



당신은 자신이 전하고 가르치는 말씀과
내면에서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의 괴리로 인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가?
목회자로서 그런 고민과 갈등을 당신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목회를 하면서 부딪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목회자 자신의 앎과 삶의 괴리일 것이다. 자신이 설교하는 대로 100% 살지 못하는 일반적인 연약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 자신의 내면에서 자주 경험되는 인식과 감정의 괴리를 말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항상 전하고 가르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과 빛, 기쁨과 평안, 능력과 승리를 설교하며 성도들을 위로, 권면하고 훈련한다. 문제는 일상에서 겪는 실제적인 경험이다. 구원받은 신자라면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빛을 소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 주님이 약속한 기쁨과 평안, 능력과 승리를 마땅히 경험하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시로 찾아오는 마음의 공허와 상실, 답답함, 혼란과 절망, 분노와 좌절, 의심과 염려의 감정들을 과연 누가 부정할 것인가? 우리는 종종 이런 부정적 정서들이 단지 불신앙이나 믿음 없음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치부하며, 마치 그런 감정이 내 안에 없는 것처럼 스스로 은폐, 위장하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스스로를 기만하는데 너무도 익숙해 있다. 특별히 목회자는 이런 일에 일반 성도들보다 훨씬 더 교묘하다. 그런 모습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성도들에게 자신의 믿음 없음을 스스로 공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다수 목회자들이 ‘신앙 따로, 삶 따로’의 이중적인 모습에 자연스럽게 순응된 채 목회하거나 나름대로 그 문제의 극복을 위해 종종 신비한 은사를 추구하는 쪽으로 위험한 비약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문해 보자. 과연 이런 모습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 태도일까? 아니, 구원받은 성도 특별히 목회자가 삶 속에서 이런 부정적인 정서들을 경험하는 것이 전적으로 불신앙과 믿음 없음 때문일까? 내면 깊은 곳에 이런 부정적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기도할 때는 언제나 거룩하고 신령한 언어를 쓰는 모습이 과연 바른 경건, 바른 영성일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성경에서 가장 먼저 지워버려야 할 책이 바로 시편일 것이다.  
성경 전체에서 시편처럼 적나라하게 인간 내면의 부정적 모습을 해부하는 책도 없다. 시편은 고대 이스라엘에서 믿음의 사람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응답의 말을 담고 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개개인뿐 아니라, 공동체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서 하나님께 응답하는 말이다. 시편의 위대함은 고대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깊은 영감성(靈感性)에 있다. 정경으로 채택된 시편이야말로 가장 영감 깊은 찬송이요, 기도라고 믿기에 칼빈의 신학전통을 따르는 개혁파 교회는 오늘날도 예배 때마다 시편찬송을 부른다. 놀라운 것은 시편에는 신앙인들이 경험한 기쁨, 감사, 찬양, 평안 등의 밝고 긍정적인 정서뿐만 아니라, 탄식, 슬픔, 괴로움, 분노, 불평, 의심, 두려움, 저주 등 어둡고 부정적인 정서들까지도 여과 없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런 부정적 정서들이 불신앙의 산물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다윗을 포함하여 시편 기자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신앙을 대표하는 신앙인들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이 훌륭한 신앙인이었기에 이런 부정적 정서까지도 하나님 앞에서 진솔하게 고백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내면의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신앙적 실존의 진솔한 고백을 통해 시편에는 하나님 앞에서 ‘나의 나됨’, 구원받은 자로서 ‘우리의 우리됨’이 더 분명히 드러나고 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이 더 밝히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깊은 어두움 때문에 그 빛이 더 영롱하게 빛나듯이.
오늘의 현대문화는 우리 속에 있는 이 어두움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아니, 마치 없는 것처럼 덮어버리려고 한다. 대신 오로지 힘과 강함, 긍정의 논리만 찬양하고 숭배한다. 스스로 속이고 속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조차 세상의 이 거짓 목소리에 함께 춤추고 있다. 그 열매가 무엇인가? 어두움의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개인과 사회는 물론 수많은 교회들조차도 도리어 그 어두움에 송두리째 삼키 우고 있지 않은가? 현대문화로 채색된 오늘날 신자들의 모습 속에 과연 하나님의 모습이 보이는가? 이 거짓된 현대문화를 향해 시편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도전한다. 좀 더 진솔한 모습으로 우리 안에 있는 어두움에 직면하도록 우리를 초청한다. 그렇다! 영적으로 왜곡되고 변질된 이 시대에 진정으로 성경적인 영성을 경험하려면 오늘날 교회가 시편의 기도를 배우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 시편 속에 담긴 진솔한 고백을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구약학자 부루그만(Walter Bruggemann)은 전체 시편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정위(定位)의 시편(Psalms of Orientation/창조, 율법, 지혜, 보상, 웰빙 등), 혼미(昏迷)의 시편(Psalms of Disorientation/탄식, 불평, 원망, 분노, 저항, 상실, 보복 등), 새로운 정위(定位)의 시편(Psalms of New Orientation/감사, 기쁨, 찬양). 앞서 언급한 어둡고 부정적인 정서들이 주로 담긴 시편은 두 번 째 부류에 속한다. 이 시편들은 상처, 외로움, 고통, 분노, 혼란의 어두운 정서와 언어들로 채워져 있다. 부루그만은 신앙생활이란 \"정위\"에서 \"혼미\"로, \"혼미\"에서 \"새로운 정위\"로의 이동이며, 이것은 곧 그리스도인이 삶 속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 및 부활에 참여하는 것과 직결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편을 오늘 나와 우리의 기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1. 읽기: 본문을 읽고, 다시 읽고, 또 읽으라.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까지 천천히 반복해서 읽으라. 읽을 때마다 단어와 구절, 떠오르는 이미지와 생각들을 관찰하고 수용하라. 시편기자의 생각을 미리 판단하거나 성급하게 분석하려 하지 말고, 시편이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자신을 내려놓고 당신의 마음에 시편의 거룩한 그림이 그려지게 하라. 이 단계에서는 이성 보다는 감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잊지 말라.  

2. 의미 파악하기: 구절의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라.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구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현대어 번역과 다른 역본 또는 주석을 활용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라. 여기서는 시편저자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이성의 역할이 중요함을 기억하라. 때로 앞선 단계에서 주관적인 느낌이나 이미지, 생각들이 이 단계에서 수정되기도 한다.

3. 전체구조 분석하기: 논리적, 정서적, 수사적 구조와 흐름을 살피라.
시편 전체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시편 기자의 핵심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라. 여기서는 이성적으로 논리적 흐름에 유의하면서도 동시에 슬픔, 탄식, 외로움, 고통, 기쁨, 평안 등 시편 저자의 정서적 표현과 흐름에 유의하며 그것을 음미하라. 예를 들어, 시32:3 <내가 입을 열지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는 구절에서 시편 기자가 정서적으로 느낀 감정을 감정이입을 통해 음미하며 동시에 그 이유와 배경을 문맥의 흐름을 통해 파악하라.  

4. 시편 기자와 하나님의 관계 묵상하기: 저자와 하나님과의 관계적 의미를 묵상하라.
필요하다면 시편 기자가 처한 독특한 상황과 정서를 관찰하며 그런 모습이 하나님과의 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묵상하라. 이 단계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본문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생략해도 무방하다.

5. 자신의 기도로 바꾸어 응답하기: 각 단락을 읽고 자신의 기도로 바꾸어 기도하라.
시편 기자의 생각과 감정을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함께 나누며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솔직한 느낌과 생각, 마음을 고백하고 쏟아내라, 필요시 고요한 마음으로 5-10분 묵상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가지라. 의지적 결단이 필요한 경우 기도로 그것을 하나님께 표현하라. (예) 시7:2 <건져낼 자가 없으면 그들이 사자같이 나를 찢고 뜯을까 하나이다> 주님, 저를 해치려는 자들의 손에서 저를 구해주지 않으시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처한 문제와 상황을 하나님께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라.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원수\'를 향한 분노를 솔직하게 표현하라. 마음속에 억울함과 아픔을 다 쏟아내라.)

* 시편연구 및 시편기도를 위해 다음 자료를 참고하라.
브루그만의 시편사색, 솔로몬 출판사. 시편기도, 제임스 사이어, 아가페출판사.

선지동산 52 게재 / 목회리더십과 영성(18) / 김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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