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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글]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과연 성령의 뜻일까? - 박영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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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382회 작성일 09-11-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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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쓰러뜨리는 것이 과연 성령의 뜻일까?


  요즘 한국교회에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자신이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압도되어 쓰러지는 현상 앞에 사람들이 매료된다. 어떤 목사는 교회당에 모여 있는 교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만 했는데도 교인들이 모두 쓰러졌다고 한다. 얼마 전에 그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기도원에 찾아갔었다. 필자가 갔을 때는 평일 저녁인데도 2백 명 남짓의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넓은 예배당 안에는 의자가 없이 모두 푹신한 매트가 깔린 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렸다. 집회를 인도하는 목사는 강단에 서서 한 시간가량 간간이 찬송을 하며 설교를 했는데 그 설교내용은 두서가 없었고 주로 암 같은 불치의 병이 고침 받은 사례나 신기한 현상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그는 설교하면서 아주 이상한 행동을 했다. 설교하는 중간 중간에 마이크에 대고 후 불어대는 것이었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어떤 이들은 마치 검불처럼 데굴데굴 굴렀다. 그 목사가 후 불 때 마다 그런 해괴한 일이 반복되었다. 목사는 그런 ‘능력의 현시’를 즐기는 듯 했고 그렇게 쓰러지고 구르는 사람들 또한 파도타기를 하듯 그것을 원하는 것 같았다.
  예배가 끝나자 목사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그러더니 마치 앞줄부터 사열을 하듯이 사람들 앞을 지나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목사가 손가락을 그들 이마에 살짝대기만 해도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어떤 이들은 목사가 그들 앞에 다가가기만 해도 쓰러져버렸다. 필자는 뒷줄에 서 있었는데 드디어 그 목사가 내 앞에까지 왔다. 내 앞에 서있던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나는 좀 긴장이 되었다. 나에게도 저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 목사가 내 앞에 와서 나를 보더니 낯선 사람이고 심상찮게 생겼다고 봐서인지 특별 서비스를 해주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이마에 손가락만 살짝 대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을 내 가슴에 대고 누르며 안수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아무 것도 느끼거나 체험하지 못했다. 그 목사는 좀 당황해 하는 것 같더니 나를 지나 나머지 서있는 사람들을 모두 쓰러뜨렸다. 모조리 전멸당하고 나만 남은 꼴이 되었다. 나는 혼자 멀쑥하게 서있는 것이 멋쩍어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오고 말았다.
  일명 토론토 브레싱이라고도 불리는 이 쓰러지는 현상은 미국과 캐나다의 빈야드 운동에서 시작된 것인데 한국교회가 이것을 성경적인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여 큰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미국이나 서구로부터 아주 유해한 영적폐기물을 마구 수입해오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건전한 성령의 역사로 볼 수 있는 어떤 성경적인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이런 현상들을 쫓는 이들은 이에 대한 성경적인 증거가 있을 뿐 아니라 교회역사 속에서도 그 전례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거 영국과 미국에서 부흥이 일어났을 때 간혹 말씀을 듣다가 죄를 깨닫게 하는 성령의 강한 역사하심에 압도되어 의자에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 설교자들은 말씀만 전했을 뿐, 전혀 그런 현상을 어떤 식으로든 유도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사람을 쓰러뜨리기 위해 안수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또한 사람들을 안수하여 쓰러뜨린 예를 성경에서 전혀 찾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서 하나님의 묵시를 받을 때 땅에 엎드러진 것과 그와 비슷한 사례(다니엘, 에스겔)를 성경적인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두 현상은 전혀 다른 것이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들은 인간의 안수나 터치에 의해 일어난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인간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고, 전적인 하나님의 현현이나 계시에 의해 일어난 현상이다.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그런 신적인 계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떤 이는 그렇게 쓰러진 후에 깊은 안식과 평안을 맛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쓰러졌던 사람들 대부분은 별 효험을 보지 못한다. 또한 어떤 평안을 느꼈다고 해서 그것이 건전한 성령의 사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 현상이 성경적인 근거가 있든 없든 간에 나에게 어떤 유익이 되면 정당한 것으로 보는 사고는 이 세상의 실용주의적 가치관을 따르는 것이지 성경의 진리를 따르는 신앙관은 아니다. 더욱이 이런 현상들을 성경적으로 잘 분별하여 신자들에게 바른 지침을 제시해 주어야 할 교회의 목사들과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런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회는 사람들은 안수하여 쓰러뜨리는 행위를 금해야한다. 이것을 묵과하고 허용할 때 온갖 부작용이 발생한다. 집단 최면술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교회에서는 교인이 잘 쓰러지지 않으니 목을 찌르거나 밀어서 억지로 넘어뜨리는 작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여기에 도사리고 있는 더 큰 위험은 교인들을 이런 현상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떤 교인들은 집회 때마다 안수를 받아 쓰러지기를 원한다. 그들은 그런 쓰러짐을  특별한 은혜를 받는 체험이나 방편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그들이 더 중요하고 정상적인 은혜의 방편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은혜를 체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연히 말씀보다 드라마틱한 현상을 의존하는 체험주의 신앙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역을 하는 이들은 사람들을 쓰러뜨려야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래야만 자신의 권위가 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무서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초능력을 이용하여 자신을 과시하고 사람들을 제압하려는 어둠의 유혹이 깃든다. 그러기에 능력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능력이 클수록 남용될 수 있는 위험은 커진다. 물질계에서 원자력이 오용될 때 무서운 파괴력으로 돌변한다. 영적인 세계에서도 초자연적인 능력과 기적이 남용될 때 영적인 대혼란과 파멸이 초래된다. 사단의 범죄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러므로 초월적인 기사와 능력을 다루는 이들은 극히 조심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가장 끔찍한 죄를 범할 수 있다. 능력을 마귀화(Demonization of power)하는 범죄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능력이 거룩한 성령의 능력일 때 그 범죄의 심각성은 극에 달한다.
  그러므로 최면술이나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쓰러지는 능력이 자신을 통해 나타날 경우에도 그것을 절제해야한다. 비록 성령의 권능에 의해 몸에 힘이 빠지고 쓰러지는 일이 일어났다고 할지라도, 이 능력이 자신을 은근히 과시하고 사람들을 끄는 수단으로 남용될 때 능력이 마귀화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런 능력이 나타나는 이들은 더욱 더 사람들을 안수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이 쓰러지게 하는 행위를 삼가야한다. 혹시라도 자신이 드러나 영광 받게 될 것을 심히 두려워하는 거룩한 수줍음을 가진 이들은 당연히 그렇게 행할 것이다. 이런 거룩한 수줍음에서 나온 사려 깊은 행동에서 성령의 얼굴이 나타난다. 그러나 사람들을 압도하는 권능을 통해 그들을 컨트롤하고 자기상승을 꾀하려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교활한 마귀의 얼굴이 엿보인다.
  권력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은 사람에게 성령의 권능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능력이 마귀적으로 남용되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성령집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성령집회에서 그토록 초자연적인 은사와 기적을 갈구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컨트롤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의 발현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제압하고 컨트롤하기에 초자연적인 현상과 기적보다 더 효과적인 방편은 없다. 힘없는 인간이 가장 숭배하는 것이 초자연적인 힘이며 인간은 그 앞에서 꼼짝없이 압도될 수밖에 없다.  

선지동산 54 게재 / 성령의얼굴(4) / 박영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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