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글] \"일천번제 헌금\" 유감 - 길성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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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번제 헌금\" 유감
한국 개신교 안에는 \"일천번제 헌금\"을 복 받는 비결로 여기는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천번제 헌금 봉투를 판매하는 기독교 서점들도 있습니다. 일천번제 헌금이란 대체로 일정액을 매일 천 번에 걸쳐 새벽기도 시간에 내거나, 매일 모은 것을 주일 예배시간에 내는 식으로 천 번을 채우는 헌금입니다. 정성을 다해 일천 번 헌금을 하면 기도 응답을 받을 수 있고, 하나님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치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 발간하는 여러 신문에는 일천번제 헌금을 드린 뒤에 사업이 번창했다거나 병이 낫는 체험을 했다는 간증 기사가 종종 실립니다. 지난 4월 23일 K일보에는 희귀 뇌질환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을 위해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어느 여성도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병원 지하에 있는 기도처에서 767번째 기도와 헌금을 드린 그 성도는 “얼마 안 되는 헌금이지만 작은 정성이 모여 하나님의 큰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일천번제 기도와 헌금을 드림으로써 아들의 병이 낫기를 고대하는 것입니다.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관행은 솔로몬 임금이 하나님께 일천 번제를 드린 뒤에 지혜와 함께 부귀와 영광을 받은 것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린 역사적 사실은 열왕기상 3장 2-15절과 역대하 1장 1-13절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 번제를 드리자 하나님께서 그의 꿈에 나타나셔서 원하는 것을 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대하 1:7; 왕상 3:5). 솔로몬이 백성을 재판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에게 지혜와 지식은 물론 부와 재물과 영광을 주셨습니다(왕상 3:12-13; 대하 1:12).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사람들은 이 본문을 읽으면서 솔로몬 임금이 하나님으로부터 지혜와 함께 부와 재물과 영광을 받은 것에 주목합니다. 그리고는 이 본문을 복 받는 비결을 가르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솔로몬이 하나님께 \"일천 번제\"를 드린 것에 복 받는 비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경읽기는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려서 복을 받은 것처럼, 신약시대의 신자들도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면 복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요컨대, 솔로몬의 일천번제를 오늘날의 일천번제 헌금의 성경적 근거로 삼는 것입니다.
많은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솔로몬의 일천 번제에 관한 본문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일천번제 헌금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방식의 성경해석은 타당할까요?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면 솔로몬처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 본문을 읽고 해석해도 괜찮을까요? 이 본문에 근거해서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것은 과연 합당한 일일까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바르게 살기를 원하는 신자라면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기 전에 성경적 근거를 살펴보고, 일천번제 헌금이 성경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일천번제 헌금의 근거 본문 중 하나는 열왕기상 3장 2-15절입니다. 이 본문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무엇보다 본문이 말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읽고 본문 전체의 흐름을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솔로몬은 기브온 산당에 가서 일천 번제를 드립니다(2-4절). 그날 밤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 무엇이든 구하라고 말씀하십니다(5절). 솔로몬은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듣는 마음(an understanding mind)\"을 구합니다(6-9절). 여호와께서는 솔로몬이 장수나 부나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를 구하지 않고 백성들의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한 것을 기뻐하시고(10절), 그에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뿐 아니라 부귀와 영광도 주십니다(11-14절). 솔로몬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 서서 자신에게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번제와 감사의 제물을 드립니다(15절).
이 성경 기사의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린 것과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귀와 영광을 주신 것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 기사의 내용이 이렇게 전개됩니다: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림(2-4절) → 하나님께서 꿈에 나타나심(5절) → 솔로몬이 지혜를 구함(6-9절) →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면서 지혜와 함께 부귀와 영광을 주심(10-14절) → 솔로몬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감(15절). 사건 전개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함께 부귀와 영광을 주신 것은 그가 일천 번제를 드린 직후가 아니라, 지혜를 구한 직후입니다. 솔로몬이 지혜와 함께 부귀와 영광을 받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그가 일천 번제를 드린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구한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10절을 주목하십시오. \"솔로몬이 이것을 구하매 그 말씀이 주의 마음에 든지라.\" 솔로몬이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구한 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솔로몬이 장수나 부를 구하지 않고 지혜를 구한 것을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에게 지혜와 함께 그가 구하지 않은 부귀와 영광까지 주신 것입니다(11-13절).
이런 사실은 무엇을 알려줍니까? 하나님께서 솔로몬이 드린 일천 번제보다 그가 지혜를 구한 것을 더 기뻐하셨다는 점입니다. 솔로몬은 장수나 부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그가 장수나 부를 받으려는 마음에서 일천 번제를 드렸다면 하나님께서 그의 일천 번제를 기뻐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신자가 복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천번제 헌금을 드린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기에 앞서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린 그날 밤에 하나님께서 그의 꿈에 나타나셔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하고 말씀하신 것이 사실입니다(5절). 이런 내용은 오늘날에도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거나 기도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 본문의 세부적인 내용에 주목하고, 그것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본문 전체를 차근차근 읽으면서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최대한 저자의 의도에 맞게 해석해야 합니다. 성경 본문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말씀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가르치고자 하시는 교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왕기상 3장 2-15절 전체를 차근차근 읽으면, 이 본문의 강조점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본문의 강조점은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린 것이나 하나님께서 그에게 부귀와 영광을 주신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구한 것과 하나님께서 그에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신 사실에 있습니다(12절). 이 본문에서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왕의 신분으로 기브온 산당에 갔고 거기서 일천 번제를 드렸습니다(4절). 또한 왕의 신분으로 백성들의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했습니다(9절). 백성들의 송사 문제를 잘 해결하여 억울한 사람이 생겨나지 않게 함으로써 나라의 공의를 세우는 것이 왕의 중요한 직무였습니다(참조. 시 72:1-4; 렘 22:3). 하나님은 지혜를 구한 솔로몬의 간구에 즉각 응답하셨습니다. 열왕기상 3장 2-15절의 요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에게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주셨다는 것입니다(같은 사건을 기록한 역대하 1:1-13의 요점도 동일합니다).
이것은 열왕기상 3장의 후반부에 나오는 솔로몬의 재판 기사(16-28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솔로몬 임금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의 송사를 매우 지혜롭게 판결합니다. 솔로몬의 지혜로운 판결을 듣고 온 이스라엘 백성이 크게 놀랍니다. 그 이유를 열왕기상의 기자는 이렇게 기록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그의 속에 있어 판결함을 봄이더라\"(28절).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셨으므로 솔로몬이 지혜로운 판결을 내릴 수 있었다는 말씀입니다. 열왕기상 3장 전체는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신 것과 솔로몬이 하나님께 받은 지혜로 백성의 송사를 잘 처리했음을 증언합니다. 이런 사실은 솔로몬이 일천 번제를 드린 기사의 요점이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주신 것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시고 그에게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주셨다는 것은, 하나님 자신이 이스라엘의 진정한 통치자시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하나님의 백성이며, 솔로몬은 그 백성을 다스리는 책무를 맡은 하나님의 종입니다. 솔로몬 자신도 이것을 인정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주의 백성\"이라고 하며(9절), 자신을 주의 \"종\"이라고 합니다(7, 9절).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은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시고 그에게 지혜를 주심으로써 그가 하나님을 대신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지혜롭고, 공의롭게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이런 본문 해석은 무엇을 알려줍니까? 일천 번제에 관한 성경 기사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신 솔로몬에게 백성을 다스리는데 필요한 지혜를 주셨음을 증언하는 본문이지, 구약시대나 신약시대의 성도들에게 \"일천 번제\"나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도록 가르치는 본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열왕기상 3장 2-15절과 역대하 1장 1-13절 어디에서도 일천 번제를 드리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일천 번제를 드린 솔로몬을 모든 왕이나 성도를 위한 모범으로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일천 번제는 구약시대에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하나님께 드린 특별한 제사입니다. 그러므로 솔로몬의 일천 번제를 일반화하거나 규범화하여 모든 시대의 성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만일 일천 번제를 드리는 것이 중요했다면 하나님께서 선지자들을 통해 일천 번제를 드리라고 명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기사 외에는 일천 번제에 관한 말씀이 성경에 나오지 않습니다. 솔로몬을 제외하고는 이스라엘의 왕들이 일천번제를 드렸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아사 왕의 경우에는 일천 번제가 아니라 양 칠천 마리로 \"칠천\" 번제를 드렸습니다(대하 15:11). 하나님께서 명하지 않은 것을 마치 하나님의 뜻 인양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영적 사기에 해당합니다.
하나님께서 명하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솔로몬처럼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요? 적어도 기도 응답을 받거나 소원을 성취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하지만 헌금의 바른 자세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기사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십시오. 또한 하나님께 복 받는 비결은 궁핍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교인들에게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도록 가르치는 목회자들이여, 진실로 교인들이 복 받기를 바라십니까? 다른 나라의 교회에는 없는 잘못된 \"일천번제 헌금\"을 바치라 하지 말고,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하신 주 예수의 말씀대로(행 20:35),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라고 가르치십시오(끝).
선지동산 52 게재 / 성경본문 바로읽기(19) / 길성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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