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글] 목회자는 자기영혼의 부를 축적해야 한다 - 김순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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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는 자기영혼의 부를 축적해야 한다
- 목회자들이여, 텅 빈 영혼을 말씀으로 채우라 -
선지동산 42호 게재 / 목회리더쉽과 영성(8) / 김순성 교수
최근 읽은 책이나 글 중에서 당신의 영혼을 움직인 것이 있었는가?
설교를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눈물 흘린 적이 언제인가?
교인들이 당신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가?
목회란 한마디로 하나님이 맡겨주신 양떼들의 영혼을 말씀의 꼴로 먹이고 돌보는 일이다. 설교는 물론 교육, 상담, 심방, 행정은 모두 이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이 기본원리를 모르는 목회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목회자들 가운데 이 목회의 본질에 충실한 목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수많은 목회자들이 연속되는 회의와 모임, 중요한 의사결정, 결혼식과 장례식, 끊임없는 전화와 상담, 심방, 각종 세미나 참석 등 외적인 활동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서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 소위 교회성장과 목회성공에 골몰하면서... 물론 모두가 하나같이 중요한 일들이다. 문제는 정작 말씀의 꼴을 준비하는 설교준비 앞에서는 늘 중압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설교준비가 우리의 지성과 영성을 소진하는 힘든 영혼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설교자의 영혼이 지성과 영성으로 충만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생명의 꼴이 결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목회활동에 늘 분주하게 쫓아다니면서 정작 자기 영혼은 빈사상태에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남의 영혼을 먹인다는 핑계로 자기 영혼을 먹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인가? 메마르고 황폐한 설교자의 영혼 속에서 어찌 생명의 꼴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목회자는 저절로 채워지는 샘이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소명의 두레박으로 말씀의 샘에서 구원의 생수를 날마다 열심히 길어야 한다. 그 생수로 자신의 갈한 영혼을 먼저 채우고 양떼들의 영혼에 그 은혜의 생수를 흘려보내야 한다. 지금 당신의 두레박은 깨어져 새고 있지 않는가? 조직의 리더, 관리자, 경영자가 되어 여기저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바빠 정작 하나님의 말씀 앞에 차분히 무릎꿇고 묵상할 겨를도 없이 남의 우물을 기웃거리며 강단에 서고 있지 않은가? 나이든 많은 목회자들이 젊었을 때는 타고난 재능과 외적인 열정으로 열심히 목회활동을 하다가 40대를 지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영혼이 마치 텅 빈 것처럼 정체 또는 하향곡선을 경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혼의 불이 꺼진 것처럼 말씀을 읽어도 마음에 아무 감동이 없고 강단이 인간의 가십거리로 대체되면서 설교가 도리어 영혼을 죽이는 독초로 변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계속 채우고 가꾸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월이 흐르면서 지성에 녹이 쓸고 영성이 고갈되어 영혼이 사막처럼 황폐해졌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목회자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영혼이 지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부요해지도록 힘써야 한다. 자신이 목회하는 성도들이 목회자에게서 그 모습만으로도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의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이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서 그리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목회자 자신의 영혼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요구되는 구체적인 훈련은 무엇인가?
1. 매일 규칙적으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라.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인 훈련이 독서이다. 매일 규칙적으로 시간을 확보하여 마치 밥 먹듯이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이다. 많은 신앙의 선배들은 이른 아침 시간에 집중하여 독서할 것을 권고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존 파이퍼(John Piper)는 매일 아침 20분만 집중해서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면 일 년에 15권, 아침, 점심, 잠자기 전 각 20분씩만 확보하면 보통 두께의 책 36권을 읽을 수 있다고 권고한다. 독서를 할 때 생각이 깊어지고 신념과 사상이 확립된다. 깊이 있는 독서가 설교에 깊이를 더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을 아껴 매일 책 읽기를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싸움을 날마다 싸워야 한다. 이것은 목회자로 부름받은 당신의 생명을 위한 거룩한 싸움임을 잊지 말라.
2. 경건서적과 고전을 읽으라.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까? 수많은 책 중에서도 영혼에 불꽃을 일으키는 경건서적과 고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어거스틴의 <참회록>등은 매일 조금씩 읽어도 영혼의 양식이 될 뿐 아니라, 과거에 읽었더라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고전이다. 그 외에도 <부흥과 개혁사>에서 출간되는 청교도 관련 서적들, 현대에 들어 A W 토저의 저서들, E M 바운즈의 기도에 관한 책들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하며 우리 영혼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게 한다. 여력이 생긴다면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정독함으로써 신학적 깊이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3. 신앙의 전기를 읽으라.
앞서간 신앙의 선배들이 남긴 삶의 족적을 읽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과 영감을 준다. 그 중에서도 청교도 신앙과 영성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전기는 믿음과 부흥에 관해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가깝게는 우리 고신교단 믿음의 선배들, 주기철, 한상동, 주남선, 손양원 목사의 전기를 종종 읽어볼 필요가 있다. 동일한 목회자로 부름받았지만 오늘 우리 자신의 모습과는 너무도 차원이 다른 그들의 모습 앞에 가슴을 치며 참목자상을 향해 몸부림치게 할 것이다.
4.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훈련하라.
여기서 “거룩한 독서”란 4세기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시작된 고전적인 성경 묵상법을 의미한다. 이것은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에게 그대로 전수된 묵상법으로서 지난 19세기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경건운동으로 시작된 오늘날의 큐티(Quiet Time)와 비교할 때 그 깊이에 있어 차원이 다르다. 이 묵상법은 짧은 본문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는 단어와 구절들을 만나 그 말씀에 오래 머물러 그 말씀이 자신의 영혼 속으로 깊이 파고들게 하는 것이다. 대체로 다섯 단계로 진행되는데, 첫째 읽기(lectio), 둘째 묵상(meditatio), 셋째 기도(oratio), 넷째 관상(觀想;contemplatio), 다섯째 반추와 결단(delberatio)의 순이다. 읽기에서는 본문이 마음에 스며들도록 천천히 반복해서 읽는다. 적어도 세 번 이상 반복해서 읽으면서 하나님이 오늘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체크한다. 묵상단계에서는 마음에 특별히 부딪혀 오는 구절 또는 단어에 머물러 깊이 음미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말씀을 붙잡고 질문하며 말씀과 대화하는 것이다. “왜 오늘 하필 나에게 이 말씀을 주시는가?” “이 말씀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필요시 관주, 원문, 주석 등을 참조할 수 있으며 자신의 기억력과 이해력과 상상력을 이용하여 그 의미를 밝혀낸다. 그리고 그 의미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음미하며 마음으로 깨닫고 가슴으로 느낀다. 기도단계에서는 내게 다가오시는 말씀에 대한 자발적인 응답으로서 감사, 찬양, 회개, 간구 등 다양한 형태로 하나님과 대화하며 친밀하게 교제한다. 다음 단계인 관상이란 주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주님이 내 안에” “내가 주님 안에” 하나님과 연합되는 체험으로 들어가는 상태이다. 전단계인 기도의 단계가 능동적 체험이라면 관상은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수동적 체험(기쁨, 평안, 달콤함, 확신, 만족 등)이라 할 수 있으며 그 깊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마지막 반추와 결단은 묵상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하며 내게 찾아오신 말씀에 대한 결단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설교자에게는 <거룩한 독서법>의 원리를 본문전체 연구에 적용해야 한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깊이 숙고하면서 질문과 함께 성경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의 말씀이 피상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움직이는 깊이를 가지고 설교자와 청중에게 생명으로 다가가게 된다.
5. 매일 성경읽기를 체계적으로 하라.
성경말씀을 짧은 본문으로 깊이 있게 묵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를 통독하며 묵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19세기 스코틀랜드 목사였던 로버트 머레이 맥체인의 매일성경 읽기법이 매우 유익하다. 이것은 신구약 성경을 동시에 매일 네 장씩 읽음으로써 일 년에 구약 1독, 신약과 시편을 2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맥체인의 성경읽기표(성경, 이렇게 읽읍시다, 백금산 저, 부흥과 개혁사, 부록)를 구해서 성경에 부착하여 체크하며 읽으면 된다.
끝으로 조나단 에드워즈의 결심의 말에 함께 귀기울이자. “나 자신이 동일한 지식에서 자라나는 게 분명히 느껴질 정도로 성경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자주 연구할 것이다.” (다음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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