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여덟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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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여덟째 날 (2월 8일 월)
작성자: 노희태(M.div)
뜻 깊은 주일을 보낸 후 찾아온 월요일 아침. 오늘의 일정은 다소 여유로운 시간인 10:30에 예정되어 있었다. 여유로운 오전이라서 늦잠을 잘 수 있었지만 네덜란드에서 보내는 시간을 좀 더 아끼기 위해 일찍이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거나 명절을 맞은 한국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는 등 각자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었다.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오전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10:30부터 우리 일행은 2시간 동안 구약 성경 해석과 관련된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 수업을 통해 우리는 독특한 캄펀 신학교의 수업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수업에서는 히브리어 아람어 교수인 Wolter 교수와 구약학 교수인 Koert van Bekkum 교수가 연합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은 구약 성경의 단 세 구절(렘16:11-13)만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다루어졌는데, 역시 토론 방식이 주요하였다.
첫 시간은 Wolter 교수를 중심으로 히브리어 문법적 사항에 대해서 논하였고, 둘째 시간은 Koert 교수를 중심으로 본문의 신학적 사항에 대해서 논하였다. 이러한 수업 방식은 다소 짧은 본문을 심도 있게 연구해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토론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학생들의 참여가 돋보인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보통 한 수업에 학생 수가 적고(10명 안팎),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교수가 의도하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수업 내용의 깊이가 떨어진다는 아쉬움은 있을 수 있지만, 학생들로 하여금 수업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배울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였다.
수업을 마치고 12:30에 우리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보관하고 있던 고추장을 사용하여 자급자족으로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엘레나와 남은 일정 등을 확인하였다. 특별히 오늘의 중요한 저녁 일정은 18시에 예정된 eetbond 저녁 식사 모임에서 두 그룹의 10여명의 학생들을 우리 일행이 묵고 있는 숙소에 초대하여 저녁 식사를 갖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특유의 정서를 갖고 있는 우리들이 지난주까지 네덜란드 학생들의 초대만을 받았지만, 이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남은 두 번의 모임에서는 우리가 한국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이 어떤가하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2:30부터 예정된 쯔볼레(Zwolle) 관광 및 쇼핑을 좀 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도시 간에 연결된 기차를 타고 약 15분 만에 도착한 쯔볼레는 네덜란드의 오버레이설주에 속한 인구 10만 명의 상업 도시이다. 우리가 방문한 쯔볼레의 시내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분장을 하고 거리에서 춤을 추며 노래 부르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 이유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오늘부터 로마 카톨릭의 축제인 카니발(Carnival, 부활절 40일 전 사순절에 앞서서 갖는 축제) 기간이라서 사람들이 흥겹게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본의는 아니지만 구교와 신교, 그리고 세속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혼합되어 어우러진 곳에 방문하게 된 셈이었다. 카니발로 인해 시끌벅적하기도 했지만, 다른 복병이 찾아와 우리 일행의 쯔볼레에서의 시간을 어렵게 했다. 그것은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출발할 때는 단지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날씨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산을 챙겨오긴 했지만 우산을 쓰는 것이 어리석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는 날씨였다(보통의 경우에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쓰지 않는 점이 특이했다. 그만큼 유럽은 비가 자주 내렸다 그치는 변덕스러운 날씨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쯔볼레에서의 1시간 반의 시간을 가지고 숙소로 복귀하였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곧바로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준비하는 그룹은 7시에 네덜란드 학생들을 맞이하기로 했고, 나머지 그룹은 6시에 예정된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초대를 받은 그룹 중 한 사람은 엘레나를 따라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공부 모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중에 이루어지는 요리문답 공부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고등학생의 경우는 한 주는 요리문답, 다음 한 주는 특정 주제로 토론을 하는 모임을 갖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번 주는 고등학생 같은 경우는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시리아 난민’에 관한 토의를 진행하였다. 방문했던 전도사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을 상대하는 교사의 느낌과 비슷할 만큼 이 곳 아이들도 요리문답을 가르치기 쉽지 않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공부 중에 인상 깊었던 일도 나눠주었다. 아이들과 타문화권에 사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생각에 대해 잠깐 나눴는데, 그때 한 아이에게 네덜란드 개혁교회 안에서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삶의 모든 순간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라고 대답을 하여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해주었다. 가장 그리스도인다운 대답 중의 하나를 어린 학생을 통해서 들은 기쁨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아서 우리 일행 모두 함께 기쁨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네덜란드라는 한 지역에 사는 같은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예수님 안에 참다운 교제를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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