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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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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47회 작성일 16-02-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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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셋째 날

 

작성자 : 남창완 (M.Div 2학년)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날이 맑다. 깜뻔에 도착한 이후로 늘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처음으로 하늘에 햇살이 비추인다. 네덜란드의 겨울 기온은 우리나라 만큼 춥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이 잦고 바람이 강하게 불다보니 체감온도는 더 낮게 느껴진다. 따스한 햇살과 맑게 개인 하늘에 시작이 좋은 하루다.

    

깜뻔 신학교에서 M.Div 과정 중인 성유은 형제가 숙소의 문을 두드렸다. 일정에 맞추어 우리를 개혁 초등학교(de Mirt)로 인도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우리의 첫 일정은 해방파 성도들이 세운 기독 초등학교 방문이었다. 해방파 성도들은 유아 세례를 받을 때에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를 신앙 안에서 양육하기로 서약하는데, 그 실제로서 자녀를 기독교 가치관을 가르치는 기독 학교에 보낸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젊은 교장 선생님을 만나서 네덜란드의 교육 여건과 기독교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들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의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우리로 치면 직업학교, 전문대, 대학 이렇게 3가지 방향으로 나뉘어지는데, 초등학교 때 치르는 국가 시험으로 비교적 일찍 진로가 결정된다고 한다. 기독교 학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기독교 학교는 기본적으로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독교 교육을 희망하는 부모들에게 재정적으로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와 교회 간의 관계는 상당히 독립적이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부모가 자녀를 기독교 신앙으로 교육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판단하고 입학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국교회와는 달리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경우 학교가 성도의 자녀의 교육을 책임진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 수업의 첫 시간은 항상 성경공부(45분간) 시간으로 정해져있었는데, 특별히 교장 선생님은 이 시간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수업도 성경적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각 학년에서 사용하는 성경공부 교재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는데, 생각했던것 보다 수준이 깊고 성경을 세밀하게 가르친다는 점, 그리고 배운 성경 내용에 대한 복습과정(숙제)이 철저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학교 소개가 끝나자 우리는 수업 중인 각 학년의 교실로 향했다. 유치원생 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기독교 학교에 대해 종종 들어왔던 터 였는데, 막역하게 생각하던 기독 학교를 실제로 보고 경험해볼 수 있어서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수업 중인 교실을 견학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토론식 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어떤 교실은 좌석을 구역 별로 지정해두고 각각의 표지판을 붙여두었는데, 그 내용은 주제에 대한 동의 여부(찬성, 조금 찬성, 조금 반대, 반대)였다. 교사가 특정 주제를 던지면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따라 좌석에 착석하고 그때부터 서로 간의 토론식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수업 광경 속에서 자기 의사 표현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특유의 교육 방침을 엿볼 수 있었다.

    

개혁 초등학교를 둘러본 후 우리는 깜뻔 신학교로 돌아와 교수님들과 함께 점심 식사시간을 가졌다. 교수님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우리를 대해주셔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별히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해방파 교단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들 역시도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개혁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는데, 무엇보다도 당면한 문제를 오랜 시간 서로 간의 토론과 의견 일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깜뻔 시티 투어 시간을 가졌다. 먼저 향한 곳은 '보픈 교회당(bovenkerk)’ 이었는데,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교회당이었다. 교회당에서 들어서자 우리는 흡사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교회당은 당시의 양식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교회의 앞 뒤로 자리잡고 있는 두대의 거대한 오르간이었다. 두 대의 오르간 모두 300년 이상은 된 것들이었는데, 큰 것은 족히 건물 4층 높이 이상은 되어보였다. 교회당을 방문한 우리를 위해 오르간 연주자는 직접 오르간을 연주해주었다. 거대한 오르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실로 대단한 것이 었는데, 오르간 연주를 통해 천상의 소리를 교회에 재현하고자 했던 중세 로마 카톨릭의 시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특별히 우리는 오르간 연주자에게 제네바 시편 찬송 1편 연주를 부탁했는데, 연주자는 우리가 제네바 시편을 알고 있다는 점을 즐겁게 생각하면서 흔쾌히 우리의 부탁들 들어주었다. 연주는 단순한 멜로디에서 출발하여서 점차적으로 고조되어 갔는데, 오래된 교회당에서 힘차게 울려퍼지는 시편 찬송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교회당을 뒤로 하고 우리는 'de ennhoorn’이라는 조그만 까페로 향했다. 깜뻔의 거리에는 이러한 까페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를 가이드한 엘리나는 특별히 이곳이 신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즐겨찾는 까페라고 소개해주었다. 자그마한 도시 속에 녹아져있는 조그마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는 깜뻔 사람들이 사는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깜뻔신학교에서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Wolter 교수님과 구약학을 가르치시는 Egbert 교수님이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주셨다. 교수님들은 우리를 위해 네덜란드 음식인 '스탐 폿을 대접해주셨는데, 네덜란드인이 가정에서 직접 먹는 요리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교수님들은 우리에게 생각해볼 사항들과 토론 해봄직한 주제들을 주로 질문하셨는데, 특별히 분단 중인 한국의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하셨다.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한 그들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하크 교수님과 티 타임을 가지기 위해 교수님 댁으로 향했다. 우리가 머무는 곳에서 교수님 댁까지 거리가 꾀 멀어서 자전거로 이동하였다. 네덜란드는 산과 언덕이 전혀 없는 평평한 지형이라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였는데, 자전거 이용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자동차, 보행자 신호 뿐 아니라 자전거 전용 신호도 따로 있을 만큼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생활의 일부라고 한다. 하크 교수님 댁에 도착하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과 사모님은 우리를 따스하게 환대해주셨다. 시간이 늦어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교수님은 우리에게 스스로 경건을 계획하고 추구하는 목사가 되라고 사려깊은 조언을 해주셨다. 교수님 내외 분과 함께 한 따뜻했던 시간을 끝으로 우리의 셋째 날 일정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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