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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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 넷째 날(2월 4일 목)
작성자: 노희태(M.Div 2학년)
아침 7시, 캄펀의 아침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간. 우리 일행은 잠에서 깨어 넷째 날 일정을 준비했다. 4일째 아침을 맞이한 우리 일행은 이제 햄과 치즈를 곁들인 빵과 커피로 간단히 조식을 해결하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이제 충분히 캄펀에서의 일상을 더욱 가깝게 맞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일정만큼은 아직 우리 일행에게는 낯설고 흥미로운 만남을 예고하고 있었다.
오늘의 첫 일정은 8:30부터 2시간 동안 캄프하우스(B. Kamphuis)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특히 캄프하우스 교수님은 지난 2015년 4-5월에 신학대학원을 방문하여 강의하셨을 때 기독론에 관한 인상 깊은 강의를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네덜란드 현지에서 직접 교수님의 수업에 참여하게 된 셈이라 더욱 설레었다. 또한 이번 수업은 MIRT(Master Intercultural Reformed Theology) 코스에 속한 교의학 수업이기에 우리 일행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였다(MIRT 코스는 캄펀 신학교가 개혁주의 신학과 그 유산을 세계 각국에서 오는 신학생들에게 1년간 전수하여 그들의 모국에서 보다 바른 신학과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현재 15년 졸업생인 김은규 강도사가 참여 중이다).
강의의 내용은 “교의의 해석학(The Hermeneutics of Dogma)“에 관한 수업으로 먼저 골로새서 3장을 읽고 시작되었다. 골3:3-4에서 승천하신 그리스도와 구름 위로 감추어지신 그분의 영광을 수업의 내용과 관련하여 서론으로 제시해주셨다. 강의의 주요 내용은 교의 및 신조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을 다룬 것이었는데, Context가 고려된 교의와 이에 대한 해석학적 개념들과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번 수업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강의의 방식은 매우 새로웠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질문과 이에 대한 교수님의 성실한 답변이 오가는 토론 방식으로 강의 대부분 이루어졌다. 다소 이러한 수업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일행에게 교수님은 ”교수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거나 칭송 일색하지 말고 비평을 하되, 이를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해주셨다. 또한 자신의 글을 이미 읽고서 온 학생들에게 ”이 수업 시간에 주어진 과제는 내 책을 비판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토론을 통해 수업 내용 자체를 강화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캄프하우스 교수님 오전 수업이 끝난 뒤 11:30, 우리 일행은 캄펀 신학교의 경건회에 참석하였다. 특히 이 시간은 우리가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동안 약식으로 해왔던 묵상 모임이 공식적인 경건회로 처음 마련된 것이라고 하였다. 네덜란드 언어로 진행된 터라 경건회의 순서 및 내용은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같은 찬송(찬송가 8, 484장)을 불렀다는 점과 자발적으로 참석한 학생 및 교직원 모두가 격식을 갖추고 진지하게 하나님께 나아간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경건회 후에는 우리 일행이 준비한 고신교회 및 신학대학원 소개 시간이 마련되었다. 참석한 교직원 분들과 학생 모두가 흥미를 가지고 발표에 집중해주어서 우리로서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경건회 이후 목요일 오후 일정은 간단히 Subway(샌드위치 판매점)에서 해결한 후 18시까지 자유 시간을 가졌다. 우리 일행 중 일부는 A.H마트에 장을 보러 갔고, 또 다른 일부는 지난번에 신대원을 방문했었던 학생인 에드워드 집에 초청 받아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18시에 우리는 eetbond 그룹의 저녁 식사 모임에 첫날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받았다. 네덜란드의 저녁 식사는 한국에 비해 매우 간소하다. 이들은 많은 시간을 음식 준비와 식사에 투자하지 않는 듯 했다. 한국의 경우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집 주인이 손수 준비를 하지만, 네덜란드의 경우에서는 보통 식사 초대라는 개념 보다는 자신의 몫을 미리 준비해 와서 특정 장소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것 자체에 익숙한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온 방문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 학생들의 노력이 정말 고마웠다. 필자가 방문했던 집은 지난 번 신대원을 방문했었던 클라스의 집이었는데, 그때 한국에서 받았던 작은 선물들과 배달 음식집 쿠폰 및 젓가락을 보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 일행은 22시에 Soos라는 캄펀 신학교의 학생 친교 모임에 초청을 받았다. 학교 건물 꼭대기 층에 마련된 Soos의 보금자리는 이 곳 학생들만의 전통과 역사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사실 이 공간에는 한국의 신학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바(bar)가 있었는데, Soos 모임에서는 학생들이 술잔을 들고 마시면서 학생들 간에 자유로운 대화와 친교를 나누는 것이 그들의 문화와 관점에 있어서는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한다. 대개 한국 교회에서는 술과 담배를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네덜란드 교회는 꼭 그렇지는 않다. 분명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서 두 지역 교회 간의 신학적·문화적인 차이가 드러나는 점이다. 하지만 결코 한국 사회와 같이 술을 권하는 사회나 취할 때까지 마셔야만 한다는 잘못된 사회적 관습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가볍게 술을 마시는 것이 권장되는 것이며, 이러한 친교의 모임을 갖는 것이 목사 후보생으로서 사회적 인간을 형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는 점을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사실상 Soos 모임에 참여한 우리 일행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 학생들의 문화를 존중하였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 알아가고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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