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펀(Kampen) 신학교 방문기- 여섯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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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펀 신학교 방문기 – 여섯째 날(2월 6일 토)
작성자: 노희태(M. Div 2학년)
네덜란드 캄펀에서 맞이하는 토요일. 우리 일행은 오늘 하루 동안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Niedersachsen)에 위치한 엠덴(Emden)을 방문하였다. 엠덴은 엠스강 어귀에서 도르트문트 엠스 운하(Dortmund-Ems-Kanal)와 엠스 야데 운하((Ems-Jade Canal)의 출발점이 되는 항구도시이다. 이 곳 방문을 위해 캄펀 신학교의 교회사 교수이신 데 부어(de Boer) 교수님께서 동행하여 가이드를 자청해주셨고, 이 외에 캄프하우스 교수님의 부인의 동생이신 분과 MIRT 과정에 있는 국제 학생들 중 일부가 함께 참여하였다. 캄펀에서 엠덴까지의 거리는 차로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한 우리는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엠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엠덴을 향해 가는 중 잠시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국경을 넘는 지점이 있었는데, 아무런 통과절차 없이 표지판의 색깔만 바뀐 것으로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전에 우리 일행은 1559년에 고딕양식으로 지어져서 2차 대전 이전까지 남아있던 옛 개혁 교회의 예배당인 엠덴 교회(The Great Church of Emden)를 방문하였다. 2차 대전 당시에 엠덴 도시 자체가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그 당시(1943년 11월 경) 엠덴 교회의 상당 부분이 폭격으로 인해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재는 이를 잘 복원(1992-1995년)하여서 ‘요하네스 아 라스코 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옛 교회의 유산을 잘 보관하여 간직한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로 잘 활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옛 엠덴 교회당이었던 이 곳 도서관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엠덴회의(1571년)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엠덴 회의는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공식적으로 교회의 통일성을 이루기 위해 교회 질서의 기틀을 마련한 회의로서, 특히 「벨직 신앙고백서」를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채택한 회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중요한 역사가 깃든 이 곳에서 우리 일행은 현지의 전문적인 학위를 가진 가이드와 데 부어 교수님의 가이드로 도서관을 관람을 하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큰 책들을 이곳에서 소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에 관하여」, 루터의 「노예의지에 관하여」, 「갈라디아서 강해 초판」 등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리는 130,000권에 가까운 16세기에서 18세기의 고문서들과 필사본들이 소장된 것과 다양한 그림 및 조각품들을 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도서관 투어를 마친 우리 일행은 또 다시 독특한 경험을 하였다. 오후 일정에 앞서 당연히 식당으로 가서 점심 식사를 할 줄 알았던 우리 일행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빵이나 사과 하나 정도를 꺼내어 길거리에서 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그들에게는 점심이었다. 사실 전날에 엘레나가 우리에게 점심은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것을 우리가 깜빡하고 잊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점심을 정말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한 우리는 급히 빵을 사서 점심을 해결하였는데, 식사 시간을 따로 두지 않는 이들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엠덴의 데 부어 교수님의 안내를 따라 엠덴의 역사성 있는 거리를 투어(Tour)하였다. 인구가 5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 엠덴은 과거의 유산을 잘 보관하고 있는 도시이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예전에 유대인들이 살았던 거리와 주택을 찾아보았고, 또 그들의 정신이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였다. 특히 히브리어로 세워져 있는 기념비와 유대인들이 묘비가 있는 터에 방문했을 때는 우리 모두 자연스레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유대인들이 핍박받던 2차 대전 당시를 예측해 볼 수 있었으며, 현재 독일 사람들이 과거의 과오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뉘우치고자 노력한다는 점이 느껴졌다. 이점에서 우리 일행에게는 한국의 과거 아픈 역사와 오늘날 이를 해결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 충분히 이들과 공감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투어를 마치고 캄펀으로 돌아오기 전 우리는 다함께 엠덴에 있는 큰 호숫가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으로 독일 음식을 맛보았고, 밤 10시가 돼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정 중 독일을 방문하는 딱 하루였던 오늘은 하루 동안 운전으로 수고해 준 두 학생과 가이드를 해주신 데 부어 교수님과 함께 해준 모든 분들에게 무엇보다 큰 감사를 느끼게 해준 훌륭한 하루였다. 역사를 기억하며 귀중한 유산을 간직하여 때론 잘못된 과오를 범했다 할지라도 이를 인정하고 돌이켜 반성할 줄 알며, 반드시 지켜 남겨야 할 역사를 사랑할 줄 아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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